| 2007년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 국ㆍ사립대 교수회 회장 등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뽑혔다고 23일 밝혔다.
교수신문은 설문조사를 위해 고려대 심경호 교수(한문학), 영산대 배병삼 교수(정치학),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한문학), 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 한양대 정민 교수(한문학),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중문학), 목포대 허형만 교수(국문학) 등 7명으로부터 사자성어를 2개씩 추천받았으며 이 중 5개를 추려내 설문을 실시했다.
'자기기인'이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책인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각종 불경(佛經)에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 또는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妄言)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였다.
주자는 '주자어류'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했으며 중국 당나라 때의 불서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는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일체의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좋은 길을 잃게 만든다'라고 했다.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는 "자기기인은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행위 등도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기인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환갑 중앙대 교수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자기기인' 세태를 비판했다.
'자기기인' 외에 '산중수복'(山重水複. 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 '수락석출'(水落石出. 일의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남),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앞에 벌어진 상황 따위를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음), '도행역시'(倒行逆施.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억지로 함) 등도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로 꼽혔다. (서울=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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