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新대북정책' 北 개혁개방 수용' 요구 명시해야
fabiano
북한(北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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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05:52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의 숙제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화체제를 위한 ‘종전선언’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가 현저하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과 평양에 경제대표부를 설치하고, 남북한 FTA를 추진하며, 연 3만명 규모의 북한 산업 연수생을 도입하는 등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열린당의 교류협력정책보다 더 적극적이다. 남북자유왕래 실현, 북한 방송과 신문 전면 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에 대한 내용도 눈에 띈다. 기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을 빼면 사실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다. 또렷한 목적과 방향이 없었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비전’은 대북 정책의 목표를 북한의 개혁개방에 맞춰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신대북정책 도입 취지는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대략적이지만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끌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대북사업도 나열하고 있다. 상호주의 원칙이 퇴조하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과 북핵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은 빠진 채 지나치게 햇볕정책의 교류협력을 답습한 경향이 있으나, 어찌됐든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의미있게 평가할 부분이다. 신대북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남북경협이 비핵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에 미치는 긍·부정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은 안 된다. 또한, DJ-노무현 정부 10년에 걸쳐 추진된 '햇볕'이라는 정책수단이 북한 핵포기와 개혁개방 모두에 실패했다는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김정일 정권은 지금까지 남한이 주는 ‘돈’은 챙기고, 북한의 근본적 변화는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을 써왔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새로운 대북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김정일 정권이 ‘돈’만 받고 개혁개방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남한이 북한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한다고 해도, 북한이 남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남한이 북한 산업연수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해도 북한이 연수생을 보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남한이 자유왕래를 요구해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김정일 정권을 개혁개방의 길로 떠밀 수 있는 전략적 원칙과 실행방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도 결국, 대선용으로 급조한 제2의 포용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며, 포용정책의 오류와 한계를 답습할 것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돈’을 챙기려면 어쩔 수없이 ‘개혁개방’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김정일 정권을 내모는 것이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모든 형태의 지원과 협력은, 반드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쉽게 말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도 없다는 '개혁개방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한편에는 북한의 세부적인 개혁개방 조치 항목을 나열하고, 그 반대 편에 남한의 지원 및 협력 항목을 나열한 다음, 각 항목의 선후와 경중을 가려 서로 연결하면,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한의 지원협력을 구체적인 행동 대 행동 관계로 묶을 수 있다. 이것을 대북협상의 기준으로 삼고, 김정일 정권이 ‘돈’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개혁개방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밀어붙여야 한다. 처음에는 김정일 정권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 때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급한 것은 남한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다. 김정일 정권은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남한의 지원과 협력을 장기간 거부할 수 없다. 남한이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면, 김정일 정권이 먼저 대화를 요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보여줄 것이다. 그 대가로 얻어지는 외부의 ‘지원’이 정권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새로운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살아 있는 정책’ 이 되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좀 더 다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방법을 채워 넣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비전’이라는 거창한 이름만 지어 놓고 거름과 물주기를 소홀히 한다면, 대선 정국에서 갑작스럽게 터질지 모를 ‘남북정상회담’ 대비용으로 급조한 원칙 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
[이광백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