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 시집가는 날
fabiano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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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22:51
질곡의 그 시절엔 개다리 소반에 물 한그릇 올려놓고 혼례를 치렀다.
동구 밖엔 신랑이 기다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며
친정어머니께 하직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그 심정은....
마그네슘 조명탄으로 사진을 찍던 그 시절.
친정아버지는 딸 혼수에 이리저리 주판알을 굴려 보나 턱없이 모자라는 비용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재산 1호인 소를 우시장에 내다 팔고 친정아버지는 먼데 하늘만 쳐다보고 긴 한숨을 쉬었다.
친정어머니는 밤 이슥토록 호롱불 밑에서 딸 혼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함재비는 동네 청년들과 옥신각신하고...
신랑은 처가집 대문에 마련된 짚단이나 바가지를 밟고...
그 시절의 혼인식은 동네잔치였다.
첫날 밤, 신랑은 각시의 옷고름을 풀고...
고추보다 더 매운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섭던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고...
흘러간 세월을 사진첩에서 보는 추억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누이의 혹독했던 시집살이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