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역(黃澗驛) (2)
fabiano
세상사는 이야기
2
1510
2015.03.27 11:33
황간역(黃澗驛)
유진택
배밭 저 멀리 완행열차 달려오네
땡볕 등쌀에 팡팡 터진 배꽃속으로 완행열차가
바람처럼 스쳐가는가 싶더니
긴 한숨 내뿜으며 멈춰 선 열차,
해바라기처럼 목 꺽고 졸던 역무원
깜짝 놀라 손 갓발 살살 흔들려 뛰어가네
"잘 오셨습니다 여기가 황간역입니다
종착역이 절망역인 줄 모르니
한 백년 푹 쉬었다 가십시오"
카랑카랑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승객들 녹작지근한 얼굴로 쏟아져 나오고
완행열차 단풍처럼 깔린 월류봉 노을 아래
한 백년 쉬어갈 준비를 하네
그 시절의 열차는 떠나네...
간이역에서 두, 세명의 승객을 싣고 열차는 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