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의 老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Mark E. Williams)
세계 최정상의 老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노아의 대홍수 이후 인간이 무병장수하여 자연사(自 然死)할 수 있는 연령은 120세 전후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이 무 슨 복이랴. 돌처럼 생명 없이 매달린 채 억지로 24시간을 도는 것이 아니라 , 제대로 생명의 힘을 느끼며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그래서 백세 시대를 앞둔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노인이 아닌 위엄 있게 삶 을 증거하는 노인을 보고
싶다. 90세가 넘어서 더욱 전성기를 이어가는 두 어른을 만나 뵌 적이 있다.
‘100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을 냈던 철학자 김형석 교수(99세)와 세계 최 수 현역 디자이너인 91세의 노라노
선생이다. 김형석 교수는 뇌출혈로 쓰 러져 눈만 깜빡이는 부인을 23년 동안 돌보았고, 사별 후 홀로 노년을
맞았다. 99세의 홀아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무새가 단정했다.
30년간 일 주일에 3일간 수영을 하고, 사과와 우유로 소식하며, 매일 밤 장문의 일기를 쓴다.
91세의 노라노 선생은 매일 하루 7시간 규칙적으로 일하고 커피와 인절미를 즐겨 드셨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스트레칭과 산책을 해온 습 관 덕에 허리가 꼿꼿하고 얼굴빛은 더없이 맑았다.
두 분 다 “일해서 행복하다"는 말을 했고, 말끝마다 농담을 해서 젊은이들을 웃겼다.
“1년만 젊었으면 재혼을 했을 거예요(김형석)." “평생 내가 미워했던 사 람은 딱 두 사람 반이야(노라노).”
지혜롭게 나이 드는 두 어른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노화는 생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성숙하게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기록에 의하면 갈릴레이도 자신의 최고 저서‘새로운 두과학'을 72세에 썼으며,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2세에 사망할 때까지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에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이들처럼 건 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생산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말년에 다가갈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최근 ‘늙어감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화제의 중 심에 선 세계 최정상의 노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그는 “노년의 행불행은 하기 나름”이라며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이기고 잘 늙기 위한 일에 투자하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라 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의대 교수로 40여 년간 노인 임상 을 다뤄온 세계 최고 노인학 권위자다. 기대 수명이 지난 10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노화와 노인에 대한 경험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하는 윌리엄스 박사.
‘늙어감의 기술'에서 그는 ‘노인은 다 비슷하다, 노인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깜빡 깜빡한다’ 등등의 익숙한 편견을 정면으 로 반박한다.
생물학, 심리학, 문화적 차원에서 늙고 죽는 전 과정을 포괄 하는 통찰력에 시몬느 드보부아르의 에세이
‘노년'의 이미지가 오버랩 됐다.
보내 준 몇 장의 사진을 보니, 잭 니콜슨을 닮은 온후한 인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노화란 무엇인가요? “노화란 기관계가 가진 비축분과 자가 복구능력이 꾸준하게 침식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몸이 이윽고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소한 문제도 극복할 수 없어 짧은 시간 안에 죽음을 맞지요.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는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요.”
-혹시 선생도 ‘늙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초등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지요(웃음). 직계 가족 중 내가 제일 연장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늙었다고 느끼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숫자만 좀 늘어났을 뿐이죠.
노화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해요.
다른 사람의 눈에 늙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서서히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에 설득당하죠.
다행히 저는 아닙니다(웃음).” 하지만 사람들은 늙는 걸 두려워하지요. “맞아요. 5천 년 전인 청동기시대,
기대수명은 18세, 2천 년 전인 로마제국 시대는 35세였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80세를 넘는
장수를 누리 게 됐어요. 그런데 이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드물어요.
다들 늙은 상 태가 한없이 길어질까 봐 두려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