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발가는대로 "커밍아웃 합니다"
fabiano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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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2 18:04
소인 '발가는대로' 커밍아웃 합니다.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게 커밍아웃이라고 하죠. 더 이상 어두운 벽장 속에 숨어
있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나와 공개적으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내는 것입니다.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커밍아웃은 상류층 여성이 사교계에 데뷔
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저 '발가는대로' 기자가 '커밍아웃'한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발가는대로' 대문 사진 '가
면'을 벗기는 것입니다.
어제 13일 'fabiano'님께서 방명록에 "노기자님!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작년에 한 약속이 아직도?
대문 사진에 멋지게 활동하시는 기자의 그림을 올리심이? 제발, 이제 그만 일어나쇼..."라는 글을 남
겨 저의 나태함과 공약(空約)을 아프게 지적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작년에 대문 사진 얼굴을 바꾼다고 약속했습니다. 늦었지만 못난 저의 얼굴을 공개
합니다. 'fabiano'님의 말씀처럼 벌떡 일어선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의 블로그 대문에 붙인 사진은 작년 12월 7일 북녘땅 개성시내 한복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왜 하필 이 사진을 선택했냐고요. 저의 가장 최근 모습이면서 또 못생긴 얼굴이 그나마 잘나온 사
진이기 때문입니다.
뒷배경에 나오는 동상의 주인공은 김일성 전 주석입니다.
.
기자는 작년 12월7일 하루 관광으로 북녘땅 개성을 다녀왔습니다(기자블로그 '눈 덮인 박연폭포와
황진이' http://blog.joins.com/n127/8839832).
관광 중 점심식사를 한 곳이 개성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통일관'이라는 음식점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개성 13첩 반상'을 받았습니다.
밥과 국 그리고 김치를 포함한 11가지 반찬에 고추장, 간강으로 차려진 음식입니다. 남녘에는 '개
성 13첩 반상'으로 알려졌지만 통일관 종업원들은 '12첩 반상'이라고 하더군요.
방짜 유기에 담은 음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밥이었습니다. 큰 그릇에 수북히 담겨있었습니다.
1970년 남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지금이야 먹거리가 풍부해지며 밥은 덜 먹고 고기
등 반찬을 더 많이 먹죠.
'개성 13첩 반상'에는 반주로 개성소주가 나오더군요. 역시 유기로 만든 잔에 따라주었습니다. 리필
은 '무한대'였습니다.
12월 7일 처음 개성을 방문한 기자에게 유별난 관심을 보인 북녘 동무가 있었습니다. 북한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 직원이었죠. 우리로 치면 한국관광공사 직원입니다.
나이는 기자보다 두 살이 적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날 하루 종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헤
어질 때 기자가 명함을 건네며 '서울 올 일 있으면 연락하십시오. 내가 술 한잔 살테니"라고 기자 스
스로 생각해도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북한은 작년 12월 5일 남녘사람들에게 개성 안방을 개방하면서 문화유적지가 아닌 시내에서는 사
진을 못찍게 엄격히 통제했습니다. 기자가 그날 점심을 먹은 통일관 주변 시내를 사진에 담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북녘 친구가 기자에게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기자 동무, 내가 찍어줄테니 자세를 잡으세요"
찍고 보니 뒷배경은 김일성 동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발가는대로 열심히 뛰어다니겠습니다.
누워있는 저의 모습을 보고 싶은 분은 '블로그 1년반 농사 하루에'를 찾아오시면 만날 수 있습니
다. http://blog.joins.com/n127/9031894